고객지원

  • 공지사항
  • 고객게시판
  • 고객게시판

고객센터

Home > 알림 > 공지사항

자주하는질문

제목 [기본] 장발장, 그리고 장발장은행 - 최권행(서울대학교 불문학과 교수) 등록일 2015.03.25 17:15
글쓴이 장발장은행 조회 2540

장발장, 그리고 ‘장발장은행’

최권행/ 서울대학교 불문학과 교수

 

『레미제라블』이라는 빅토르 위고의 대작을 완독한 사람은 적을지 몰라도, 프랑스 문학 하면 많은 사람이 떠올리는 이름 중 하나가 장발장일 것이다. 대혁명으로 모든 것이 붕괴된 사회에서 변전을 거듭하다 마침내 공화국이 확립되는 프랑스 19세기에 삶의 의미와 방향을 지시해주는 역할을 맡은 것은 더 이상 교회가 아니고 문학이었으니, 1885년 타계한 빅토르 위고의 장례에 운집한 200만 군중의 애도가 그것을  보여준다. 애도객들은 필경 장발장의 위고를 생각하였으리라. 왕정주의자로 출발한 위고는 자유주의, 공화주의로 그 입장이 바뀌어 가지만, 그를 움직이는 것은 늘 관념이 아니라 인간에 대한 구체적 시선이었다.

 

장발장, ‘주의자’가 아닌 ‘심장’을 가진 사람의 통찰

 가난한 청년이 빵 하나를 훔친 탓에 잡혀가고 귀부인과 아이가 마차 속에서 그것을 무심히 지켜보던 장면이 그의 뇌리에 새겨져 작품화된 것은, 그의 작품이 어떤 ‘주의자’의 구상이 아니라 ‘심장’을 가진 사람의 통찰이었음을 말해 준다.

 유일하게 따뜻이 맞아준 주교의 집에서 은식기들을 싸서 도망친 장발장과 은촛대는 왜 마저 가져가지 않았냐며 헌병들 앞에서 그를 감싸는 주교, 그리고 서서히 변화하는 장발장의 회심……. 19세기 프랑스 사회가 징벌의 공포를 통해 ‘탈법’을 다스리려 했다면, 그리고 그 과정을 통해 억압된 분노를 키움으로써 더 큰 불신과 악의에 기반한 관계의 악순환을 조장했다면, - 주교를 죽여야 하나 망설이던 장발장! -  주교는 인간 안에 있는 선함, 심지어는 신성함을 믿음으로써 장발장을 빛으로 이끄는 결정적인 계기를 만든다. 존경 받는 시장으로 살아가는 어엿한 삶을 포기해야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결국 마차에 깔린 노인을 구하려 뛰어드는 그의 모습은 구경만 하던 사람들을 나서게 만들고 ‘한 사람의 헌신이 모두에게 힘과 용기를 불어넣는’ 장면이 된다. 위고가 ‘꼬마 나폴레옹’이라고 조롱했던 나폴레옹 3세의 몰락 이후  프랑스는 제3공화정을 수립하며 무상 의무교육을 비롯한 수많은 개혁을 통해 현대 프랑스의 국가 형태를 공고히 하게 된다. ‘자유 평등 우애’라고 하는 대혁명의 이상이 끝내 소멸하지 않고 혁명 100년 가까이 지나고서야 실현되는 과정의 동력은 장발장에게 걸었던 미리엘 주교의 내기였던 것이다. 

 

우리 자신에게 거는 내기 ‘장발장은행’

 모리배들이 다스리는 세상에서는 약자에 대한 업신여김과 공공연한 ‘갑질’을 삶의 의미로 여기는 사람들이 나타나지만, 우리는 더 많은 고귀한 마음들이 우리 안에 있는 것을 안다. 의정부 화재 때 위험을 무릅쓰고 평소 차 안에 가지고 다니던 비상밧줄로 여러 사람을 구하고 표표히 사라졌던 간판 사업하는 분은 우리를 얼마나 살맛나게 해주었던가.

 ‘장발장은행’은 우리들이 우리 자신에게 거는 내기이다.  이 내기를 통해 우리는 끊임없이 고동치는 우리의 심장이야말로 진보라는 것을 알게 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