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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me > 벌금제란? > 벌금제, 무엇이 문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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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기본] 벌금제에 대한 고민 1 - 벌금제와 노역장 유치제도 등록일 2015.03.22 18:50
글쓴이 장발장은행 조회 3149

최정학 / 방송대 법학과 교수

 

 현대사회에서 형벌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많은 사람들은 우선 교도소, 즉 자유형을 떠올릴 것이다. 근대 이전에는 단지 국가의 형사절차를 확보하기 위하여 피고인의 신체를 구속하는 수단에 불과했던 구금제도가, 수용자들의 노동력을 활용하기 위한 교화원을 거쳐 이제 자본주의 사회의 대표적인 형벌로 자리잡게 된 것이다. 하지만, 이와 함께 현대 형벌의 대표적인 또 하나의 유형은 벌금형이다. 자신의 재산을 피해자가 아닌 국가에 납부함으로써 형사책임을 다하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금전을 납부하는 것이 형벌이 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심을 가져봄직도 하다. 하지만 형벌의 내용이라는 것이 원래부터 정해져 있던 것도 아니고 보면, 특히 자본이 지배하는 사회에서 재산을 빼앗기는 것이 형벌이 의도하는 ‘고통의 부과’라는 성격을 갖고 있다는 점은 어느 정도 분명해 보이기도 한다.

 

돈으로 형벌을 살 수 있는 제도 

 

 문제는 이러한 벌금형이, 특히 우리나라와 같이 총액벌금제-사건에 따라 벌금형의 전체 액수만을 정하는 것-를 택하고 있는 경우에는, 피고인의 경제적 능력에 따라 현저한 불평등을 야기할 수도 있다는 사실이다. 예컨대 이건희 회장이 천만 원의 벌금을 선고받는 것과 일반적인 서민이 같은 금액의 벌금형을 받는 것은 엄청난 차이가 있을 것이다. 본래 사람마다 형벌에 대해서 느끼는 고통의 정도는 다를 수 있고 이를 ‘형벌감수성’이라고도 하는데, 벌금은 자유형과는 달리 사람에 따라 이러한 감수성이 크게 달라진다는 근본적인 문제를 안고 있다. 그리고 그 이유는 말할 것도 없이 이 사회의 본질적인 불평등 때문이다. 요컨대, 어떤 사람은 ‘돈으로’ 형벌을 살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벌금형의 문제를 더욱 심각하게 만드는 제도가 또 있다. 벌금을 납부하지 못했을 때 일정한 기간 동안 노역장에 유치하여 강제로 작업에 종사하게 하는 노역장 유치제도가 바로 그것이다. 이러한 노역장 유치제도는 무엇보다 우선 형벌의 종류와 성격을 바꾼다는 문제가 있다. 법관은 형벌을 선고할 때 형벌의 양을 정하기에 앞서 그 종류를 선택하게 되는데, 범죄의 종류와 내용, 피고인과 피해자의 상태 등 모든 정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책임의 경중에 따라 부과할 형벌을 정하거니와, 이 때 자유형이 벌금형보다 무거운 형벌로 간주되는 것은 말할 나위도 없다. 그런데 노역장 유치제도는 이렇게 선고된 벌금형을 사실상의 자유형으로 바꾸어 버리는 결과를 초래하는 것이다. (실제 우리 행형제도에서 ‘노역장’이라는 시설은 없고 이들은 교도소에서 다른 수형자들과 함께 생활하게 된다) 결국 어떤 사람들은 돈이 없어 ‘몸으로’ 형벌을 때워야 하는 것이다.

 

돈이 없어 몸으로 형벌을 때워야 하는 현실

 

 비록 대개는 길지 않은 기간이라고는 하지만 2009년에 노역장유치를 당한 사람이 모두 4만 3천여 명이나 된다고 하니 결코 작지 않은 숫자이다. 또 본래 벌금형은 이른바 6개월 미만의 단기 자유형의 폐해-형벌이 의도한 개선효과는 없고, 다른 죄수들로부터 범죄학습만을 받게 된다는-를 막기 위하여 도입되었다는 점을 생각해 보면, 선고된 형벌과는 정반대의 부작용만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따라서, 이를 변화시키기 위한 제도적 개선책이 필요하다고 할 수 있는데, 이에 대해서는 이미 다음과 같은 방법들이 제시되어 왔다.

 

벌금형 집행 방식을 조금만 바꿔도

 

 첫째, 벌금형의 집행방법을 유연화 내지는 다양화하는 것이다. 현재 벌금은 선고된 후 30일 이내에 모든 금액을 일시에 납부해야만 한다. 개인의 경제사정에 비추어 선고된 액수가 높은 경우에는 이러한 방식은 적지 않은 부담이 될 것이다. 그러므로 필요한 경우 전체 액수를 수차례로 나누어 납부하는 분납제도나 일정한 기간을 연장해주는 연납제도가 도입될 필요가 있다. 사실 이러한 방식은 이미 ‘검찰징수사무규칙’에 의해 납부 의무자가 기초생활수급권자나 장애인인 경우와 같이 특별한 이유가 있는 경우에는 이를 허용하고 있다. 따라서 앞으로는 이를 관계 법률에 명시적으로 규정하고, 그 적용 범위를 확대해 나가야 할 것이다.

 

 이와 함께 현재 자유형에만 인정되고 있는 집행유예 제도를 벌금형에도 확대하자는 주장이 있다. 집행유예란 형벌을 선고하되 피고인의 여러 가지 구체적인 상황을 감안하여 그 집행을 일정한 기간 동안 유예하고 이 기간 동안 다른 범죄를 또 범하지 않는다면 선고된 형벌을 무효로 하는 제도를 말한다. 범죄에 대한 반성의 빛이 뚜렷하고 재범을 할 가능성이 없는 등 집행유예의 조건은 반드시 자유형의 경우에만 있는 것은 아니고, 이미 말한 바와 같이 자유형이 벌금형보다 무거운 형벌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벌금형에도 이와 같은 형벌의 유예제도를 도입하자는 주장이 타당성이 있어 보인다. 다만, 이에 대해서는 벌금형에는 이미 선고유예가 가능하므로 이와 별도로 굳이 집행유예까지 도입할 필요가 있겠는가 하는 반론도 있다. 여하튼 이상의 벌금 집행방식의 다양화 방안들이 노역장 유치의 집행건수를 줄이고 이에 따라 단기자유형이 갖는 문제들을 막을 수 있다는 점은 물론이다.

 

하루 5만원씩 치는 건 맞나?

 

 둘째, 노역장 유치제도 자체의 집행을 보완하는 것이다. 우선 납부 의무자에게 벌금을 내지 못할 불가피한 사정이 있고, 따라서 노역장에 유치하는 것이 지나치게 가혹하다는 점이 인정되는 경우에는 대체 자유형의 집행 자체를 면제해 주는 제도를 도입할 수 있다. 또 노역장 유치가 사실상 자유형인 점에 비추어 징역형에 인정되는 가석방 제도를 적용하는 것도 생각해 볼 수 있다. 나아가 납부 의무자가 벌금을 납부할 의사는 있으나 경제적 능력이 모자라는 경우에는 노역장 유치 대신에 사회봉사명령과 같은 사회 내 처우를 부과함으로써 생업에 종사하면서 동시에 벌금을 납부할 수 있는 기회도 넓혀주는 방안도 찾아볼 수 있다.

 

 그러나 노역장 유치제와 관련한 가장 중요한 문제는 벌금형을 자유형으로 전환하는 기준에 대한 것이다. 예컨대, 노역장 유치 하루당 5만 원의 벌금이 적정한지 아니면 10만 원 혹은 50만 원이 적당한지 하는 것이다. 현재 이러한 기준에 대한 명시적인 규정은 없다. 따라서 대개는 같은 기준이 적용된다고 하지만 사건마다 구체적인 기준은 다르게 설정될 수 있는 것이며, 실제 고액의 벌금인 경우에는 일수 정액(노역장 유치 하루에 해당하는 벌금액)이 높아진다고 한다. 하지만 이것은 실제로는 자산이 많은 사람에게 훨씬 유리한 결과가 된다는 점을 주의하여야 한다. 일수 정액이 높아지면 고액의 벌금이라도 낮은 액수의 벌금과 같은 기간의 유치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보다 합리적인 기준을 찾을 수 있는 방법이 빨리 마련되고 또 법률에 규정되어야 할 것이다.

 

일수벌금제 도입해야 

 

 셋째, 위의 자유형 환산 기준과 관련하여 보다 근본적인 벌금형의 개선 방법을 생각해 볼 수 있는데, 그것은 지금의 총액벌금제를 일수벌금제로 바꾸는 것이다. 일수벌금제란 벌금형의 내용을 형사책임에 비례하는 ‘일정한 기간’과 피고인의 구체적인 경제적 능력에 따른 ‘일수 정액’의 둘로 나누어 정하는 것이다. 예컨대, 피고인을 50일의 일수 벌금에 처하고, 각 일수의 벌금액은 10만 원으로 하여 500만 원의 벌금형을 선고하는 방식이다. 이렇게 되면 총액벌금제가 갖는 실질적인 불평등을 크게 완화할 수 있음은 물론, 벌금의 납부율을 높여 노역장 유치의 집행을 그만큼 감소시키는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사실 이와 같은 일수벌금제의 도입은 이미 오래 전부터 주장되어 왔다. 하지만 이것이 실현되지 못했던 가장 큰 이유 중의 하나는 피고인의 재산 상태를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는 체계적인 방법이 마련되지 못했다는 것이었는데, 그동안 금융실명제나 부동산실명제와 같은 제도들이 어느 정도 정착되었고 국세청의 과세자료 파악능력도 예전에 비해 훨씬 좋아졌으리라는 점 등을 고려하면 이제 새로운 제도를 도입하는 것도 큰 무리는 안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불평등을 줄여보자. 

 

 끝으로 노역장 유치와는 직접 관계없지만, 한 가지 언급하고 싶은 것이 있다. 위에서 말한 바와 같이 벌금형은 어쩔 수 없이 개인에 따른 불평등을 포함하고 있는 형벌이다. 그런데 이러한 불평등은 개인 사이에서 보다도 개인과 기업 사이에서 더욱 크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기업에 대한 벌금형을 자연인에 대한 그것과 똑같이 규정해 놓음으로써, 벌금형의 기업에 대한 범죄억지력을 거의 없게 만드는 정도에 까지 이르고 있다. 따라서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벌금형 제도를 개선함으로써 다수의 돈 없는 개인이 겪는 부담을 완화시켜 주는 한편, 기업에 대한 벌금형을 상향조정하는 방향으로 해당 법률의 개정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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