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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하는질문

제목 [기본] 벌금제에 대한 고민 7 - 장발장 43199 등록일 2015.03.22 19:00
글쓴이 장발장은행 조회 2107

서해성/ 소설가

 

 레미제라블은 어떻게 장발장이 되었을까. ‘불쌍한 사람들’은 일본 거쳐 배를 타고 물결 검은 해협을 건너오면서 수염 잘 다듬은 ‘장발장’이 되었다.

 

 레미제라블이었을 때 레미제라블은 혁명이었다. 바리케이드 앞에서 좌절된 그 여름 봉기(1832)의 당위는 불쌍한 사람들이라는 제목 안에 이미 녹아 있었다. 장발장이었을 때 레미제라블은 자선으로 바뀌어 있었다. 혁명을 자선으로 ‘네다바이’당할 때 프랑스혁명의 3대 가치인 자유와 평등, 이를 달성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형제애 또한 박애로 바꿔치기당했다. 봉건 신분을 넘어선 시민적 관계의 상징이자 혁명의 근육인 연대는 종교적 의장과 언설로 엄숙한 표정이 되었던 것이다. 전도와 왜곡을 거치면서 열정은 사라지고 한순간에 정적인 고요가 봉기의 내면인 양 둔갑한 채로 혁명은 이 땅 교과서에 자애롭게 강림했다. 장발장과 함께.

 

 장발장 수인번호는 해포 전 이 땅을 쓸고 간 뮤지컬 영화 첫줄에서 거듭 노래하고 있듯 24601이다. 주민번호를 포함해서 인간에게 부여된 모든 서수와 기수는 인격을 소멸시킨다. 이 번호들이 죽어서야 비로소 그의 육신을 떠날 것이라고 믿는 건 오해다. 신체는 사라져도 번호는 사망하지 않고 남아 동사무소 호적계와 은행과 정보사회의 그물을 타고 떠돈다. 그 죽어 마땅한 숫자 중 하나인 24601에 사람들이 가슴을 친 이유는 간명하다. 빵 한 조각을 훔친 죄에 대한 국가의 징치를 통해 읽게 되는 근대 법률과 사법제도를 향해 던진 여전히 유효한 질문 탓이다. 24601은 배가 고파 옥에 들어간 모든 약자들을 대속하는 숫자로 문학사와 감옥역사에 지워지지 않고 남아 있다. 이는 근대 법 양심의 가슴에 아로새긴 주홍글씨다.

 

 24601이 한 개인일 수 없듯 한국의 장발장들에게도 공통의 수인번호가 있다. 43199. 이는 경미한 죄로 벌금형을 선고받은 사람들이 오직 돈을 내지 못해 투옥된 숫자다(2009). 이들에게는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말을 들이대는 것조차 솔직히 사치다. 진보니 보수니 하는 것도 이 대목에 이르면 숫제 허울로 들릴 법하다. 명목이야 노역형이지만 이들은 단돈 몇 십만 원을 강구할 데가 없어 몸빵으로 들어가 옥밥을 얻어먹다 나올 따름이다. 입법 취지와 달리 노동차압도 아닌 신체차압일 뿐인 하루 수감으로 까나가는 건 5만 원이다. 어쩌다 지지리도 운이 없어 입감된 재벌이 하루 옥살이로 5억 원씩을 탕감해 254억 원을 51일 동안에 털어냈다는 전설은 도리어 비현실적으로 괴이쩍을 지경이다. 형벌의 형평성이 없는 법 앞의 평등은 조문화된 사기에 지나지 않는다.

 

 빵 한 조각의 법률이란 대체 무엇인가. 소득 불평등이 곧 형벌 불평등인 사회에서 빈자에게 가시 돋친 채찍인 법률이 부자에게는 양털이불로 따뜻하나니 법률은 정녕 문자로 된 수갑에 지나지 않을 것인가. 서초동을 서성거리고 있는 법의 여신 디케는 강자의 죄에는 안대를 하고 약자의 죄에는 장검을 휘두르고 있지 않다고 어찌 말할 수 있겠는가. 모진 자본율법사회는 가난을 불치의 질병으로 삼는 일을 넘어 이들을 사회에서 분리해내 배제, 거세시키고 있는 셈이다. 43199들. 이 숫자는 약자에 대한 한국 사회의 야만적 율법 지표다. 최하층 극빈자로 살아오는 동안 충분히 삶으로 처벌받고 다시 형벌로 이중처벌을 면치 못하고 있는 이 레미제라블들은 항변해줄 이 하나 없는 야수 같은 겨울을 옥방에서 나고 있는 참이다.

 

 장발장은 오늘도 수인번호로 감방과 감방 사이에서 꿈틀거리고 있다. 그가 던진 질문과 함께. 24601이 문학과 혁명과 프랑스 사회 저편까지 인간 양심을 촉진해왔다면 43199는 한국에서 형벌 민주화와 더불어 약자에 대한 모성 있는 법집행의 전환점을 만들어내라고 오늘 요청하고 있다. 이 말없는 자들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다면 그대의 고막은 지나치게 두꺼운 게 틀림없다. 24601의 눈물을 43199들에게 새삼 헌정하고픈 까닭이다. 거세되지 않은 순정의 레미제라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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