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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하는질문

제목 [기본] 벌금제에 대한 고민 2 - 벌금미납자, 감옥살이 대신 땀 흘리기 등록일 2015.03.22 18:53
글쓴이 장발장은행 조회 4845

하태훈/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몇 백만 원의 돈, 누구에게는 하룻밤 술값이다. 국정감사 증인으로 소환된 재벌 2세에게는 국회불출석하고 벌금으로 낸 푼돈에 불과할 것이다.

 

 그러나 최근 몇 년간 매년 4만 명에 달하는 경미 범죄자들은 몇 백만 원, 아니 몇 십만 원이 없어 벌금을 내지 못하고 교도소에서 소중한 자유를 속박 당하고 있다.

 

 벌금미납으로 노역장 유치집행을 받고 있는 자가 2009년에는 가장 많아 43,199명에 달했고 2011년의 38,242명은 기결수용자 수(2011년 말 31,198명)를 넘는 인원이고 전체 교정시설 수용자(45,038명)에 육박하는 숫자이다. 그들이 대부분 장애인이나 기초생활 수급권자, 차상위 계층과 같은 경제적 약자이자 사회적 소외계층이라서 더 많은 사회적 관심과 배려를 받아야 하는 사람들임에도 벌금을 낼 돈이 없다는 이 로 돈과 자유를 맞바꾸고 있다.

 

 막말로 가진 것이 몸 밖에 없어 몸으로 때우는 것이다. 죄 지은 힘없는 자라 억울함을 호소하지도 못한 채 빵 한 조각 훔친 죄로 징역을 산 장발장처럼 교도소에 갇혀 지낸다. 성격은 다르지만 수천억 원의 추징금을 내지 않고 버티면서도 국민의 세금으로 경호를 받으며 자유를 만끽하는 어느 전직 대통령과 대비된다.

 

장발장처럼 교도소에 갇힌 사람들 

 

 벌금형은 비교적 가벼운 범죄를 저지른 사람을 굳이 교도소에 보내지 않는 대신 벌금납부로 죗값을 치르게 하는 형벌이다. 벌금형 집행을 담보하기 위해서 납입하지 아니하는 경우 유치기간을 정하여 동시에 선고하고, 벌금을 납입하지 아니한 자는 노역장에 유치하여 작업을 시킨다. 문제는 노역장에 유치되는 이들은 대부분 돈이 없는 사람들이라는 점이다.

 

 그래서 그들에게 벌금형은 사실상 징역형과 다를 바 없게 된다. 벌금형은 경제적 능력이 없는 자에게는 재산을 빼앗기는 고통스러운 형벌이지만 돈 있는 다른 누군가에게는 납부만하면 두렵지도 않고 고통도 주지 않는 형사제재수단에 불과할 뿐이다. 노역장에 유치된 대부분 사람들은 죄질이 무겁지도 않고 나쁜 사람들도 아니다. 실제 노역 수형자의 상당수는 단순 절도와 폭행, 도로교통법 위반 등 100만 원 안팎의 벌금을 내지 못해 노역장에 유치된 자 들이다. 경제적 능력만 되면 벌금을 납부해서 교도소 담장 근처에도 오고 싶지 않은 사람들이다.

 

법원이 정한 유치기간도 불평등하다.

 

 그런 범죄자에게 적합한 처벌이 벌금형인데 경제적 불평등이 형벌의 불평등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법원의 유치기간 산정도 불평등하다.

 

 총액벌금제면서도 유치기간 산정에는 일수벌금제처럼 운영된다. 재판부 재량에 따라 노역장 유치기간이 선고되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재벌 총수들은 수천억 원의 벌금형을 받고도 노역장 유치기간은 몇 달만 선고된다. 하루 노역금이 보통 5만원이지만 그들에게는 2천만 원, 5억 원 등 ‘고무줄 잣대’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노역장에서 조차 ‘유전무죄’의 차별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심지어 질병을 앓고 있어 노역할 여건이 안 되는 사람들을 가둬서 얻을 게 뭔가

 

 경제적 능력도 없고 질병을 앓고 있어 노역을 할 신체적 여건도 안 되는 자들을 교도소에 수용하는 것은 어느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수형자 개인에게도 사회관계의 단절로 인한 재사회화의 어려움을 겪게 하고 국가도 수용에 필요한 막대한 비용이 들기 때문이다. 벌금형 집행을 위한 노역장유치로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진 꼴이다. 유치시설이 독립된 것도 아니어서 노역장 수감생활을 통해 범죄환경에 접촉될 우려도 크다. 경미 범죄자이기도 하고 유치 기간이 길지 않기 때문에 교정 프로그램이 필요치 않거나 적합하지 않다. 그래서 그들이 노역 수형자가 되지 않도록 다양한 방안을 마련하거나 이미 도입된 제도를 활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수감 대신 땀 흘리기 

 

 사회봉사가 대체 자유형의 좋은 수단이 될 수 있다. 독일은 형법의 대체 자유형의 집행에 관해서 위임받은 연방 각주가 시행하고 있는 프로젝트 “수감 대신 땀 흘리기- 대체 자유형 대신 사회봉사(Schwitzen statt Sitzen - Gemeinnuetzige Arbeit statt Ersatzfreiheitsstrafe)”를 활용하고 있다. 공익적이고 무보수의 봉사활동을 통하여 교도소에 구금시키지 말고 땀으로 속죄할 수 있는 기회가 확대되어야 한다.

 

 최소한 교통비와 식비 같은 경비를 지급하는 등 사회봉사로 대체할 수 있는 유인책을 마련해야 한다. 그래야 벌금 미납 시 일률적인 노역장 유치로 인한 범죄 학습, 가족관계 단절 등의 폐해를 없애고 특히 경제적 무능력에 따른 불평등이 형벌의 불평등으로 이어지는 문제점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다. 속죄하면서 형벌의 중함을 알고 있지만 경제적 능력이 없어 단지 벌금을 내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노역장 유치가 어떤 의미가 있겠는가. 아무리 형벌의 경고기능을 무시해 괘씸하다고 하더라도 돈이 없어 그런 것일 뿐 교도소에 가두는 것은 너무 가혹하다.  

 

 그래서 벌금 집행방식을 자유형처럼 다양화해야 한다. 소득 수준에 따라 차등화해서 벌금을 산정하는 일수벌금제를 도입해야 한다. 일수벌금제도가 동일한 불법행위에 대한 차등적인 형벌이라는 비판은 타당치 않다.

 

 경제적 능력이 낮은 자와 높은 자가 똑같이 도로교통법을 위반했는데 벌금 액수가 차이가 난다면 책임원칙에 반하는 것이라는 주장은 불법에 상응하는 형벌이라는 책임원칙이 불법에 상응하는 고통(형사제재)을 부과한다는 의미라는 점을 간과한 것이다. 100만 원의 벌금이 주는 경제적 고통이 자력 자와 무자력 자에게는 다르기 때문에 불법에 상응하는 고통이라는 점에서는 전자에게 더 많은 벌금을 부과해야 고통으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이다.

 

30일 이내에 납부하는 것도 가혹하다. 

 

 당장 하루 벌어먹고 살기도 어려운 자들에게는 30일이라는 벌금납부 기간은 가혹한 데드라인이다. 벌금을 못 내게 되면 수배자가 되고 더욱 형편이 어려워진다. 벌금을 벌기 위해 보험 사기와 같은 범죄의 유혹을 받기도 한다. 제2의 범죄를 저지를 가능성도 존재한다. 2009년에 이미 도입되었지만 잘 활용되고 있지 않은 벌금대체 사회봉사제도(벌금 미납자의 사회봉사 집행에 관한 특례법)의 실태를 분석하여 신청건수가 적은 이유 등을 찾아 개선안을 마련하여야 한다. 또한 검찰징수사무규칙에 있는 벌금 분납·연납제도도 법률에 명시하여 활용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벌금을 납부할 경제적 능력이 없고 사회봉사를 할 정도의 신체적 여건이 되지 않는 자에게는 벌금형을 집행유예 하는 방안도 고려되어야 한다. 벌금을 낼 수 없는 계층의 사람들은 대체로 부랑인, 노숙인, 기초생활수급권자 등이고 정상적이고 규칙적인 사회생활을 하지 못해 건강에 문제가 있거나 질환을 앓고 있는 자들이므로 벌금형 선고유예나 노역장 유치 면제 제도를 도입하여 시행해야 한다. 그래야 벌금이 적절하다면서 징역을 살리는 법원 판결의 모순도 피할 수 있고, 죄 지은 자일지라도 그들의 인권도 존중받을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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